매년 스무 살 생일을 맞을 고우시가 좋아서 썼습니다. 쓰는건 빨리 썼는데 올해 고우시 생일 일러가 너무 좋아서 그리고 찍은 사람이 켄토인거 아이카네적으로 너무 완벽해서 좋아하다가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매년 생일마다 나오는 일러들 정말 감사하고 정말 좋아요 세상에ㅜㅜㅜㅡㅜㅜㅡㅜㅠㅜ아예 저녁에 올릴까도 생각해봤는데 너무 좋아하다 잠을 못 자는 김에 올렸습니다. 아ㅏ아ㅏㅏ 너무 좋다 진짜 아ㅡㅏ아ㅏㅏ아ㅏ 아이카네 아ㅏ아ㅏ아ㅏ아아ㅏ아ㅏ
문득 고개를 들었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계속 화면만 보던 목이 뻐근했을 지도 모르고 지루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던 고우시는 시계를 보았고 11시 59분 59초에서 12시로 넘어가는 시간을 마주쳤다. 아, 하루 넘어갔네. 감상은 그뿐이었다. 별 생각 없이 흘러 넘기려던 순간 곁에 둔 휴대전화가 요란히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 시간에 연락이 올만한 곳이 이렇게 많았던가. 고우시는 놀라 휴대전화를 들었다. 집어 드는 순간에도 요란스럽게 울리는 소리가 귀가 아파 우선 소리를 꺼버렸다. 우르르 날아든 연락들은 주로 JOIN의 메시지였다. 무슨 일인지 파악할 필요도 없었다. 카네시로씨, 혹은 고우시. 생일 축하해 혹은 생일 축하해요. 화면을 메운 메시지는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봐야 이름 대신 별명이 있거나 이모티콘의 종류와 개수 정도였다. 자정부터 요란한 메시지들은 도착 시간마저 비슷했다.
시계를 보면 12시 1분 곁에 7월 4일이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생일이구나, 보다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스무 번째 생일. 성인이 되었다 한들 실감이 될 일도 없었다. 그보다는 밀려온 메시지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게 먼저였다.
“……할 일도 없나.”
투덜거리듯 말하고 있었지만 기색은 나쁘지 않았다. 메시지 창을 보던 고우시가 축하에 천천히 답하려던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또 생일 타령인가. 다들 할 일도 없다. 고우시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
“오늘 생일이지? 축하해, 고우시.”
문 앞에는 켄토가 있었다. 밤이라서 일까. 살짝 낮은 목소리는 평소보다 다정한 투로 맴돌았다. 고우시는 한숨을 쉬었다.
“너도냐.”
“응? 뭐가?”
“생일이니 뭐니, 그딴 걸 용케 하나하나 기억을 하고 있다 싶어서.”
켄토가 웃었다. 살짝 아쉬운 기색이 섞인 채였다.
“뭐야. 나보다 먼저 축하해 준 사람이 있었어?”
“어. 알림에 진동에 밤중에 시끄러워서 원….”
고우시의 말에 답하듯 책상 위에 둔 휴대전화가 한 번 더 진동했다. 나중에 한 번에 확인해야지. 고우시가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을 하자 켄토가 웃었다.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예약 전송 시험해 본다더니 정말 해 봤나보네. 그럼 직접 축하한 건 내가 처음?”
“처음은 또 뭔……그리고 이런 걸로 시험씩이나 해? 할일도 없냐, 너네는.”
“다들네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나보지. …고우시, 들어가도 돼?”
침묵을 앞뒤로 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근히 느껴지는 유혹을 감지하고 고우시는 살짝 긴장했다. 다가오던 켄토가 멈추었다. 숨결이 닿을 거리였다. 한쪽 팔이 붙들리고 잡혀 들어가 천천히 켄토의 입술에 닿았다. 지그시 누른 입술이 손에, 팔에 뜨거운 호흡을 부비고 멀어졌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고우시를 올려다보는 얼굴은 간청이라도 하듯 애절한 체를 하였다. 하. 고우시가 코웃음 치자 켄토도 슬쩍 웃었다. 여느 때처럼 가벼운 미소였다.
“라는 건 농담. 자, 선물.”
켄토는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고우시는 봉투를 열었다. 앞에서 열어보는 거야? 웃음 섞인 타박은 무시했다. 봉투 안에는 여러 티켓이 들어있었다. 주로 뮤지컬 예매권들이었다. 개중에는 고우시가 표를 구하는데 실패한 공연도, 전혀 관심 없는 장르도 있었다. 고우시는 티켓들을 봉투에 다시 모아 챙겼다.
“마음에 들어?”
“…너 치고는 잘 골랐네.”
“천만의 말씀을.”
솔직하게 말하면 어디 탈이라도 나냐고 말했을 사람이 싱글싱글 웃고 있기만 했다. 그러는 편이 더 기분이 이상했다. 머쓱함과 꺼림칙함의 사이였다. 짜증으로 마음이 기우려는 즈음 켄토가 불쑥 다가왔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가까워져 입술이 맞닿았다. 느긋한 입맞춤은 따스했다. 입술은 친애를 건네고는 오래지 않아 멀어졌다.
“내일도 스케줄 있지? 잘 자.”
“…….”
아침부터 스케줄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유혹을 거절해 몸을 사리기야 했다. 그러나 뭘 해도 좋다는 식으로 실실 좋아하는 꼴을 보기도 짜증이 났다. 애초에 생일인 건 이쪽인데 왜 자기가 저렇게 즐거워하고 있나. 작은 울화가 흘러넘쳐 몸을 움직였다. 고우시는 돌아서려던 켄토를 붙잡았다.
“야, 아이조메.”
“응?”
멱살을 잡은 손 안에서 봉투가 살짝 구겨졌다. 다시 마주 닿은 입술은 성큼 안을 벌리고 들어가 상대의 입을 헤집었다. 당황했는지 잠시 움직이지 않던 켄토도 열렬한 공세에 응하기 시작했다. 깨물리고 핥고 비벼지는 틈. 거칠어진 숨이 기분 좋은 구석마다 끊어져 애달픈 소리를 내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자극이 되었다.
호흡이 모자라져서야 입술을 떼었다. 그러고도 아쉬움이 남아 마주 닿은 채 숨을 골랐다. 어느새 켄토는 고우시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고우시는 몸을 비틀었다.
“치워. 숨 막혀.”
“겨우 이걸로? 키스 때문에 숨 찬 게 아니라?”
순순히 팔을 풀면서도 굳이 말을 덧붙이고 앉았다. 고우시는 코웃음을 쳤다. 여태 간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켄토에게서 몸을 빼내어 문 안으로 돌아갔다.
“어른 어른 그렇게 말을 하더니. 어른의 키스라고 해도 별 거 없네.”
아직 열기가 남은 입술은 엄지로 대충 닦았다. 생각났다는 듯 말을 걸었다. 가벼운 도발 앞에서 변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고우시는 문을 반쯤 닫았다.
“고, 고우시?”
“내일도 스케줄 있잖아? 자라.”
“아니, 잠깐……!”
“선물, 고맙다.”
작은 목소리로 마무리한 인사를 끝으로 문이 닫혔다. 고우시는 문에 기대앉았다. 살짝 달아오른 뺨은 깊이 숨을 쉬어 가라앉혔다. 문 밖에서는 아직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우시는 봉투의 구겨진 곳을 펴 서랍 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