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AU 입니다. 다크 인더 할로윈의 비주얼과 설정을 바탕으로 기타 동인 설정, 창작 세계관,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캐릭터 해석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밝지 않습니다. 어떤 소재든 괜찮으신 분만 읽어주세요.
메인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슈코레, 미카모모, 타츠히카, 미로아카, 하루유즈, 키타마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에 업로드 한 내용을 수정, 편집했습니다. 웹에 올라오는 내용은 샘플 분량이며 전체 내용은 11월 중에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샘플 분량은 수정될 수 있으며 책 인포는 이쪽에 있습니다.
얼떨떨한 이야기였다. 켄토는 눈을 깜빡였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어린 예언자는 친절하게도 말을 되풀이해 주었다.
“사랑이,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하.”
다시 들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가벼운 숨소리는 그가 듣기에도 비웃음 같았다. 아차. 켄토의 반응을 지켜보던 두 사람의 표정이 살짝 불편해졌다. 한 번 새어나간 반응을 거두어들일 수도 없었다. 뒤늦게나마 켄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조심할게.”
흡혈귀는 남의 생명을 소비해 영생을 살았다. 누가 죽이지 않으면 죽지 않는 마물이었다. 예언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켄토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심지어 사랑이 죽일 것이라니, 내게? 그는 비틀리려는 입 꼬리를 애써 부드럽게 폈다.
아이조메 켄토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흡혈귀가 오래 산다지만 이미 유년기를 관통해 확고해진 믿음이었다.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그 시간들이 그렇게 외로웠을 리가 없다. 그는 이제 와서 그런 감정놀음에 휘둘리고 싶지도 않았다. 사랑이 당신을 죽인다. 그렇다면 이건 영생을 산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켄토 씨….”
예지에 대해서 듣고는 왔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사역마는 누가 되었든 단 하나만 만들 수 있다. 능력은 대개 하나뿐이지만 주인의 분신과 다름없이 주인을 평생 따르며 주인이 없애거나 죽기 전까지 인생을 함께 하게 된다. 켄토는 미로쿠의 사역마가 태어났다 듣고 축하하러 온 참이었다. 예언이야 부수적인 문제였다. 그는 가벼이 생각하기로 했다. 들은 말조차도 예언보다는 점을 보는 기분이었다. 내용의 두루뭉술함이나 신뢰도 부분이 특히 그랬다.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을까. 미로라는 불쾌한 얼굴로 켄토를 노려보았다. 켄토는 도리어 억울했다. 그래도 대놓고 싫은 티를 내지 않은 게 어디인가. 곁에서 지켜보던 아카네가 미로라를 안아서 데려갔다. 도닥이며 쓰다듬어주자 사역마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래서야 내가 괴롭히기라도 한 분위기인데. 켄토는 조금 억울해졌다.
“그런데 미로쿠. 저번에 고우시한테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어?”
미로라에 아카삐까지 한 품에 안아들고 놀아주던 아카네가 문득 물었다. 계속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던 미로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카네.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
“내 것이 고우시랑 같아?”
예언이 겹치는 일부터가 신기한 일인데 거론된 쪽이 또 의외의 인물이었다. 만나면 티격태격 시비를 걸고 다투는 것이 일상인 사이에 미래가 겹칠 수도 있나. 당장 내일 만나는 사람과 싸움판을 벌이리라. 이런 말이었으면 납득이 갔겠다. 사랑. 죽음. 제가 들었을 적에도 서먹한 말이었지만 고우시 곁에 놓기에는 더 어울리지 않았다.
“완전히 같은데……. 미로쿠, 뭔가 잘못된 거 아냐? 사람을 헷갈렸다거나.”
“…아니야. 저번에는 카네시로 씨, 이번엔 켄토 씨 것이 맞아.”
마주한 얼굴에 고민이 쌓여갔다. 미로쿠도 마물 중에서는 한참 어린 축이었고 미로라는 겨우 며칠 된 사역마였다. 얼마 써보지도 않은 능력은 표본부터가 적었다. 누군가에게 정답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미래 예지는 드문 능력이었다. 근방의 마물, 인간, 사역마를 통틀어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가 없었다. 결국 대화는 아무리 계속되어도 가설을 벗어나지 못했다.
“예언이 겹칠 수도 있는 거야?”
“미래가 같다면.”
“고우시랑 내가?”
고우시 앞에 붙은 사랑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어색한 일이었다. 고우시와 같은 미래를 맞는다니. 그럴 만한 사이도 관계도 성격도 아니었다. 켄토는 예언을 가볍게 넘겼다. 무슨 오차가 있겠지. 미로쿠와 아카네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능숙한 주술사도 때로 실수를 한다. 자세한 사정이야 밝혀지고 나서 들어도 늦지 않았다. 그래. 나중에 능력이 안정된다면 그때 다시 들으러 와 볼까. 생각을 정리한 켄토는 가뿐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그럼 난 가 볼게. 축하해, 미로쿠.”
“감사합니다.”
“가게? 조심히 들어가~.”
한결 밝아진 인사가 뒤를 이었다. 예언에 대한 고민을 미뤄둔 인사가 가벼웠다. 켄토로서도 다행인 일이었다. 헤어질 때에는 제대로 인사를 나누는 편이 좋으니까. 켄토는 손을 흔들며 문을 열었다.
“어?”
“…아이조메?”
문 앞에는 고우시가 있었다. 들어오려던 참인지 훅 가까워진 거리가 낯설었다. 켄토는 발을 멈추었다. 바로 아래서 고우시가 켄토를 올려다보았다. 사랑이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꺼림칙한 말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었다. 고우시도 같은 예언을 받았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 늑대인간도 사랑으로 죽을까. 고우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일이다. 자신과도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지만. 쏟아지는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 같은 미래란 어떤 뜻일까. 어쩌면 사랑이란 건…….
“뭐야? 막고 서 있지 말고 비켜.”
낮아진 목소리에 짜증이 어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켄토가 답답한 모양이었다. 제 생각만으로도 복잡한 와중에 싸우기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날카로운 인상이 더 찌푸려지기 전에 켄토는 순순히 비켜주었다. 고우시는 켄토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아카네와 미로쿠에게 안부를 묻는 목소리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사는커녕 비켜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