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을 챙기는 아이카네가 보고 싶었습니다. 별 사건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에 주의해주세요.
아슈코레, 타츠히카가 같이 나옵니다.
초콜릿을 코팅한 막대과자는 집어먹기 편한 모양새였다. 덕분에 줄어드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다. 오독. 오독. 깔끔하게 동강이 나면 어느새 과자가 하나 사라졌다. 손이 비기 무섭게 다시 새 과자가 나온다. 보는 사람이 질릴 지경이었다. 고우시는 고개를 돌렸다.
“히카루, 너 그렇게 먹다 또 탈난다?”
무서운 속도로 줄어드는 과자를 함께 지켜보던 타츠히로가 결국 말을 걸었다. 오독. 오독. 그새 다시 하나가 사라졌다. 히카루는 멈추지 않고 과자를 먹었다. 걱정과 경악이 어린 시선 앞에서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괜찮아! 오늘은 포키의 날이니까!”
“포키? 별 날이 다 있네.”
“벌써 그렇게 되었나….”
타츠히로가 휴대전화를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11월 11일. 고우시는 흘깃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과자 회사의 홍보로 만들어진 기념일이라고 했던가.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아무래도 관심 없는 일이었지만.
“뭐야, 카네칭 포키데이도 몰라?”
“알 게 뭐야, 그런 거.”
“안 되지! 이런 날에는 제대로 먹어주고 즐겨주지 않으면…!”
말을 하면서도 히카루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손에 들린 과자는 그새 코팅된 부분의 색이 달라져 있었다. 대체 몇 개나 사 온 걸까. 고우시는 타츠히로를 보았다.
“말리지 않아도 괜찮냐, 저거.”
“좀 전에도 말렸잖아. 소용없어.”
확실히 한 번 말리기는 했었다. 놀라울 만큼 효과가 없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고우시는 일어섰다. 여기 더 있어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다는 예감 덕분이었다.
“난 간다.”
“어.”
“카네칭 벌써 들어가게? 아, 이거 하나 먹을래?”
히카루가 과자를 흔들었다. 고우시는 고개를 저었다. 보기만 해도 입이 텁텁해졌다.
“됐다. 너희끼리 먹던가.”
“그럼 타츠, 아~.”
“히카루, 잠깐만.”
“아~. 타츠 이 맛은 좋아하잖아? 아까도 잘 먹어놓고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보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고우시는 커플이 노니는 로비를 떠나며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스케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애매하게 뜬 시간을 보내려 말을 붙였건만 원치 않은 구경만 하고 끝났다. 남은 시간을 또 어떻게 채우나. 연습실에서 기타를 칠까 숙소에 들어가 있을까. 고민하던 참에 창 너머 편의점이 눈에 띄었다.
큰 용건은 없이 발을 옮겼다. 편의점은 히카루가 떠들던 대로 입구 근처부터 온갖 막대과자가 가득했다. 한껏 꾸며놓은 매대를 지나 편의점에 들어가자 생각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고우시?”
“동글눈썹, 너도 뭐 사러 나왔냐.”
막대과자 매대는 요란하게 바깥을 장식해놓고도 가게 안에 하나 더 있었다. 가지런히 진열된 과자들 앞에 선 류지가 고우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창 고르던 중이었는지 바구니는 이미 색색으로 가득한데도 한 손에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너도 포키데인가 뭔가 챙기러 나왔냐.”
“너‘도’? 고우시도 이런 걸 챙겨?”
“아니. 아까 오사리가 떠들던데.”
“흐응.”
알 만 하다는 듯 한 콧소리였다. 그다지 유쾌한 반응은 아니었다. 고우시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
“아무것도 아냐.”
새초롬한 얼굴로 류지가 대화를 끊었다. 께적지근한 기분이었지만 굳이 시비를 걸 의욕은 없었다. 고우시는 두 과자 사이에서 마저 고민하는 류지를 보았다. 같은 숙소를 쓴지도 꽤 되었지만 류지와 편의점에서 만난 적은 몇 번 없었다. 그나마 마주친다면 유우타와 함께일 때였다. 지금도 분명 유우타의 선물을 사러 왔겠지. 류지가 고민하는 상자조차 분홍색과 진한 분홍색이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류지가 고우시를 돌아보았다. 고우시는 고개를 돌리고 편의점을 살폈다. 특정 브랜드의 이름이 붙은 날이었지만 일단 막대모양 과자면 전부 통용이 되는지 매대에는 온갖 막대 과자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질리는 양이었다. 고우시는 개중 덜 달아 보이는 과자를 집어 들었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역시 그리 내키지 않았다. 초콜릿 코팅이 없어서 그나마 나을 뿐 애초에 고우시가 좋아하는 종류의 간식도 아니었다. 고우시는 다른 매대를 살폈다. 그러나 어떤 매대에도 혹하는 간식이 없었다. 그냥 나갈까. 귀찮아진 고우시는 인사를 남기려 류지를 찾았다.
“…….”
과자를 고르는 류지는 고민을 하면서도 즐거워보였다. 싱그러운 기대와 미미한 흥분이 반짝이는 얼굴을 보며 고우시는 트레이닝 룸에 있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과자 맛이야 평소랑 다를 것도 없었을 텐데 유독 신이 나 보이던 히카루와 걱정을 하면서도 어울리던 타츠히로.
고우시는 눈에 띄는 과자를 몇 개 집어 들었다. 아직 과자를 고르던 류지가 놀란 듯 이쪽을 보았다.
“웬 일이야?”
“글쎄. …먼저 간다.”
“그래.”
끊어내듯 답했지만 류지는 오히려 즐거운 듯 웃었다. 더는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고우시는 고른 과자들을 계산했다.
시간을 때우려는 발악이 우습게도 결국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촬영이 있다던 유우타는 방금 전 류지가 사던 과자를 보아하니 일이 끝나도 한참 있다 들어오지 싶었다. 켄토는 별 스케줄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관리다 뭐다 매번 쓸데없이 바빴다. 고우시의 일정이 있는 저녁까지 들어온다면 직접 보고 건넬 수 있겠지만 과연 어떨지.
고우시는 혀를 차고 메모지와 펜을 챙겨왔다. 메모라도 남겨놓고 가면 알아서 먹겠지. 그러나 펜을 든 고우시는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뭐라고 써야 하지.
“…….”
단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벤트를 하나하나 챙기는 성미도 아니었다. 오가며 본 웃는 얼굴들이 보기 좋아 보여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을 뿐이다.
충동. 제 행동을 요약하면 결국 그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은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고우시는 펜을 몇 번 움직이고는 켄토의 방으로 향했다.
켄토가 돌아왔을 때 숙소는 비어있었다. 유우타는 류지와 놀고 오겠노라 며칠 전부터 말했었고 고우시는 스케줄이 있을 시간이었다. 빈 거실에 불을 켠 켄토는 바로 제 방으로 돌아갔다.
“응?”
침대 위에 못 보던 것이 있었다. 뜬금없는 과자였다. 집어 드니 위태롭게 올라가 있던 메모가 떨어졌다. 켄토는 메모를 읽었다. 쓰인 말은 간단했다.
‘선물이다. 먹어라.’
어쩔 수 없는 웃음이 새었다. 누가 사왔는지 누가 썼는지 찾을 필요도 없었다. 켄토는 메모지와 펜을 꺼내왔다. 간단한 메모를 쓰고 숙소에 돌아오기 전에 산 과자 상자를 들고 고우시의 방으로 들어갔다.
‘선물이야. 고마워.’
한 명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한 명은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다. 선물이라고 주고받아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다. 무익한 낭비라 한들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