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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문을 열었다. 고우시는 침대에 앉아있었다. 티 한 장에 편한 바지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활동적인 차림이었다. 켄토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왜 사람을 보고 그딴 표정이야.”
자연히 좋은 말이 돌아오지 않았다. 괜한 말을 붙이면 또 싸우게 된다. 그나마 입어준다던 말도 물릴 수 있었다. 켄토는 최대한 얌전히 들어가려 했다.
“옷은?”
켄토는 큰 관심 없는 척을 하며 곁에 앉았다. 고우시가 웃었다.
“그렇게 기대 되는 거냐.”
“…….”
이미 들킨 모양이었다. 이제 와 허세를 부려도 늦었다. 그렇다고 옷을 샀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대하고 있었노라 솔직히 말하기도 우스웠다. 켄토는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다행히 고우시는 켄토에게 관심이 무언가를 찾는지 일어서 침대 곁을 뒤졌다. 없어 보였다. 고민은 자연히 해결되었다.
곧 고우시가 쇼핑백 두개를 꺼내왔다. 하나는 저번에 켄토가 고우시에게 준 것이었다. 고우시는 처음 보는 쪽을 켄토에게 건넸다. 켄토는 고우시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뭐야?”
“너 입을 거.”
“응? 나?”
“너도 입기로 했잖아?”
켄토는 그제야 며칠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나도 너 입혀보고 싶은 옷 있으니까.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조건이라면 불만은 없었다. 어떤 옷일까. 켄토는 쇼핑백에 든 것을 꺼냈다. 흰 천은 미끄러웠다. 푸른 무늬가 은은했다. 옷은 쉬이 끝나지도 않고 길게, 길게 늘어졌다.
“저기, 고우시. 이게 무슨……?”
“그거? 너 입을 거.”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켄토는 옷을 마저 꺼냈다. 떨리는 손을 따라 옷도 바들거렸다. 흰 바탕에 푸른 밑단. 간신히 소매라 불릴 만큼만 덧대어진 천. 긴 차이나 드레스가 툭, 드디어 밑자락을 떨구었다.
“왜? 싫어?”
그렇게 말하는 고우시의 손에는 며칠 전 켄토가 건넨 붉은 옷이 들려있었다. 침대에 앉은 켄토를 내려다보는 얼굴은 신이 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거래 조건은 명백했다.
“정말로?”
켄토는 떨리는 손으로 긴 옷을 들었다. 옷은 심지어 꽤 컸다. 어디서 이런 것을 찾아왔을까. 켄토는 사이즈를 가늠해보려다 눈을 돌렸다. 안다고 한들 즐거울 일이 아니었다.
“싫으면 됐다. 가서 잠이나 자던가.”
전혀 상관없다는 투였다. 그렇게 얘기하며 고우시는 침대에 무언가를 툭툭 떨구었다. 가벼운 물건은 켄토의 다리에 툭 맞기도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옆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